포항 세명기독병원 한동선 원장(한성재단 이사장) 인터뷰"그 어려운 걸 자꾸 해냅니다. 내가."지난해 돌풍을 일으켰던 한 드라마 대사 일부다. 의료계에도 그 어려운 일들을 계속해서 성공해내는 병원이 있다. 지방이라는 한계, 중소 규모라는 한계를 뛰어넘은 세명기독병원이 그 주인공이다.세명기독병원은 포항에 위치한 650여병상의 중소병원이지만, 지역 주민들에게는 이미 빅5 보다 더 신뢰와 사랑을 받고 있는 병원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세명기독병원이 이렇게 잘 나가는(?) 병원은 아니었다. 한동선 원장(한성재단 이사장·사진)이 자리하기 전까지는 포항 시내 5개 병원들 중 5등에 그치는 지방 중소병원으로, 늘 적자 상태를 면치 못했다. 한 원장이 이 같은 세명기독병원을 맡으면서 가장 먼저 생각한 점은 "특성화"였다. 특성화를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인식 하에 "정형외과"를 최고 수준"으로 만드는 데 힘썼다. 이를 위해 다리, 어깨, 척추, 수부외상 및 재건 등 세부분야를 다루는 전문의를 정형성형병원에만 16명 포진시켰다. 최고의 인력을 뿐 아니라 시설과 자원에 대한 투자를 정형분야에 집중시켜왔고, 정형성형병원의 발달에 따라 병원 내 다른 과들도 속속 성장해나갔다. 한 원장은 "정형외과, 성형외과, 심장, 소화기 등의 분야는 서울 대형병원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면서 "정형외과 분야의 경우 수술 횟수가 수도권 대형병원 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서울 대형병원들을 제치고 정형외과 수술 횟수 전국 1위를 달성한적도 있다고. 그도 그럴 것이 손에 꼽히는 대형병원들도 보통 연간 정형외과 수술을 8~9,000건 정도 실시하는데, 세명기독병원은 1만 1,000~1만 2,000건 가량을 진행하고 있다. 간호서비스도 전국구 규모로 운영..그 비결은? 세명기독병원하면 "정형외과"에 이어 또 하나 떠오르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간호관리 1등급"이다. 세명기독병원은 지난해 하반기 서울 대형병원들도 힘들다는 간호등급 1등급을 받았다. 지방 중소병원들은 6~7등급을 받는 것도 상당히 힘든 실정이며, 실제 경북지역 비슷한 규모 병원들은 대부분 간호관리 등급이 4~5등급 선이다.게다가 지난 2015년부터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을 운영 중이며, 처음 3개 병동 91병상에서 지난해 추가로 더 확대해 11개 병동, 327병상에 달한다. 한 원장은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만큼 앞으로도 간호간병 병동을 더 늘려가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경우 보통 간호사 비율이 1:10 ~ 1:12 정도지만, 세명기독병원은 1:8에 달한다. 이를 두고 서울 큰 병원들이 "지방에서 그런 일들이 가능하냐"고 되묻기도 한다고. 한 원장은 "서울 병원들도 놀라서 구경을 오고 있다. 이는 모두 간호사들이 열심히 일해준 덕분"이라며 "이처럼 높은 간호사 비율을 유지하고, 환자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간호사들의 복지와 처우 개선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세명기독병원은 실적에 관계 없이 간호사를 비롯 전 직원에게 무상으로 해외여행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간호사 기숙사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인력 뿐 아니라 장비도 최고로? "안주하지 않겠다" 많은 수술 기록과 높은 간호서비스 수준 등으로 연간 내원 환자 55만명에 달하는 종합병원으로 성장했지만, 한 원장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 원장은 올해 "환자안전 향상의 해"를 목표로 잡고, 응급의료센터 확충, 제2 내시경실 개설, 종합검진센터 확대, 암병원 신축 등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특히 환자에게 더 낮은 피폭량으로 선명한 조기 검사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차세대 640MSCT인 에퀼리언 원 제네시스 에디션을 도입했다. 에퀼리언 CT는 16cm의 넓은 범위를 테이블 이동 없이 0.35초만에 활영할 수 있어 한번의 심장박동 동안 심장 전체와 관상동맥을 촬영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존에 호흡을 잘 참지 못하거나 부정맥 등이 있어 심장CT 촬영이 어려웠던 환자들도 이를 통해 정확한 촬영이 가능해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해당 기기 도입으로 뇌의 각 영역에 공급되는 혈류량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일반조직과 잘 구별되지 않는 간세포암도 쉽게 발견할 수 있게 됐다. 한 원장은 "대형병원들도 선뜻 결정하지 못할 정도의 많은 비용이 투입됐지만, 정확한 검사는 환자안전 향상을 위해 가장 신경써야 할 부분이기 때문에 과감히 도입을 결정했다"면서 "이는 환자들의 피폭 문제를 감소시키는 동시에 여러 차례 찍어야 하는 검사 비용 부담도 낮춰주게 돼 환자 만족도 측면에서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암센터 만든다? 지역주민들의 2차 치료·사후관리 위한 것 특히 이번 최고 사양의 CT도입은 암센터 신설과도 연결돼 있다. 작은 암세포도 정밀하게 잡아내 치료 기간을 단축하고, 선명한 검사 자료를 타 병원(수술을 위해 전원한 병원)에 제공해 환자들의 편의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암센터는 오는 8월 완공돼 진료를 시작하며, 총 120병상의 규모를 갖추고 운영된다. 이는 서울, 대구 등으로 빠져나가는 암환자들을 지역 내에 붙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들의 지속적인 사후관리와 항암치료를 돕기 위해 설립하는 것이라고.한 원장은 "암 수술을 위해 서울이나 대구 등의 큰 병원으로 나가는 환자를 잡을 순 없다. 하지만 이들이 수술을 마치고 항암제, 방사선 등을 위해 멀리 통원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데, 이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마련하는 것"이라며 "지역 환자들의 2차 치료 편의를 향상해 나가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즉 이는 지역 암 환자들의 사후관리, 즉 사회공헌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암센터를 짓는 것이다. 또한 암센터에 공공병원도 하기 힘들다는 "호스피스"병상을 마련한다는 점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기독병원이라는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어려운 결정을 감행했다고 전했다. 한 원장은 "사실상 우리나라 말기 암환자들이 치료비에 너무 많은 비용을 쏟고, 무의미한 치료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고귀한 삶을 위해 연명치료를 보다 활성화해야 한다"고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이처럼 한 원장은 안주라는 단어를 잊은 채 열심히 병원과 환자를 위해 달리고 있지만, 의료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일부 정부의 정책이나 제도는 "장애물"이 돼 아쉽다고 말한다. 그는 "앞으로도 전문화, 특성화, 의료 질 및 환자안전 관리에 힘쓰는 병원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1,200여명의 직원들과 분주히 움직일 예정"이라면서 "다만 정부와 건강보험공단이 꾸준히 외친 "적정수가-적정부담" 체계가 자리잡히지 못하는 점은 상당히 아쉽다. 저수가와 희생을 기반으로 하는 구조는 이제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의료의 방향을 결정할 때 의사들이 "학문"이 아닌 "심평원의 심사"에 기준을 맞춰야 하는 한국의 의료 현실도 안타깝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 정책과 제도에는 균형과 접점 찾기가 필요하다"면서 "정부와 의료계가 서로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환자를 위하는 마음으로 한 목소리를 내며 현재의 문제들을 해결해나갔으면 한다"면서 의료계 전반적인 발전을 기원했다.